12.24~1.3일 11일 동안 야간 근무
관용차량 안에서 3명 한조로 활동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공무원들 무기명방 불만 글 폭발
"우리가 노비냐?, "유신시대 같다"
노조 "6억 동상 지키려 인권유린"
대구시 "또 낙서할까봐, 방호차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지키기 위해 대구시가 공무원들에게 불침번 보초를 세워 반발이 거세다.
정상 근무 이후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3명이 한 조가 되어 동대구역 광장 동상을 지키는 게 업무다.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내년 초까지, 송년과 새해를 모두 동상 옆에서 밤샘 근무해야 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우리가 노비냐?", "유신시대인가"(홍준표) 등 자조섞인 목소리들도 나왔다. 공무원노조가 "철회"를 요구했지만, 대구시는 "방호 조치"라며 지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구시 행정국에 26일 확인한 결과, 동대구역에 대구시가 설치한 박정희 동상 방호 업무 차원에서 지난 24일부터 대구시 행정과 공무원들에게 불침번 근무를 지시했다. 근무 일시는 12월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청에서 정상 근무한 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동대구역 광장에 있는 박정희 동상 인근에서 현장 근무를 한다.
동대구역 광장과 신세계백화점 영업시간 종료 이후, 동대구역 KTX 등 열차가 운행되지 않는 밤 시간대에 직원 3명(팀장 1명, 일반 직원 2명)이 한 팀이 되어 밤새도록 대구시 관용차량 안에서 근무한다. 업무 내용은 동상에 누가 접근하거나 해를 가하려 할 경우 차량에 있던 공무원들이 접근해 이들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동상 훼손 여부를 확인하고, 훼손 행위 발견 시 즉시 112에 신고하고 채증 업무도 한다.
변순미 대구시 행정과장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박정희 동상이 대구시의 공공시설물이기도 하고, (동상) 반대단체가 (동상) 제막식도 하기 전에 낙서를 심하게 한 경우가 있어 이 같은 훼손을 막기 위한 방호 조치"라고 26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설명했다. 또 "(훼손, 낙서를) 정리하는데 인적, 물적 여러가지 소모적인 결과가 있다"면서 "예방적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불침번 지침 연장 여부나, 철회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연장, 철회할) 그러한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사실상 대구시 공무원들은 박정희 동상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11일 동안 24시간 근무해야 한다. 대구시 공무원들이 활동하는 무기명 토론방에서는 지난 24일부터 비판성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A공무원은 "동상 보호가 공무원 업무인지, 타 지자체 중 동상 방호를 하는 경우가 있는지 제시해달라"며 "특히 건립 전부터 이슈가 되었는데, 예견된 문제에 대해 CCTV나 순찰 인원 등 계획을 수립하는게 먼저 아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 "대구에 각종 동상이 있는데, 유독 박정희 동상만 방호하는 것이냐"면서 "근무 때 화장실, 음주자 등 위험이 있는데, 동상이 아니라 직원 안전은 누가 책임지냐"고 따졌다.
이후 26일까지 동조하는 댓글이 여러건 달렸다. B공무원은 "노비로 여기기 때문에 문에 경비로 세우는 것이냐. 그렇게 중요하면 3, 4, 5급이 나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C공무원은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어쩌다가 대구가 전국적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한탄했다. D공무원은 "동상을 지키기 위해 엄동설한 추위에 차 1대에 3명이 밤새도록 불침번하는 게 이해 되지 않는다. 공무원 인권은 어디에 있냐"고 꼬집었다. E공무원은 "유신시대도 아니고, 공무원이기 전 사람 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을 위해 강제로 보초를 세우는 발상은 도대체 무엇이냐. 시민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시장 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새공무원노조(위원장 장재형)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내고 "시대착오적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지난 23일 제막식을 강행해 역사의 부끄러운 날로 기록되었다"며 "이마저 부족했는지, 6억짜리 동상을 지키려고 직원들을 동원해 야간에 불침번 보초를 세웠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부터 눈물 나게 고맙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말 연시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동상 하나 지키려고 불침번 근무 계획을 세운 대구시는 각성하고, 근무 계획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장재형 위원장은 26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특정 동상만 지키는 것도 문제고, 시대가 어느 때인데 동상을 지킨다고 24시간 불침번을 세우는 것이냐"며 "공무원들에 대한 인권유린을 중단하라"고 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 23일 동대구역 광장에 3m 규모의 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린다는 취지다. 대구 대표도서관(남구)에도 6m 높이의 박정희 동상을 건립할 예정이다. 모두 홍준표 대구시장이 추진한 사업이다. 2개 동상 건립 예산은 14억5,000만원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친일 독재자 우상화 사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출처 : 평화뉴스(https://www.p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