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이마트24에서 할인 판매 중인 도시락.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 오피스텔에서 혼자 사는 이모(51)씨는 요즘 집 앞 편의점에 들어가면 장바구니부터 챙긴다. 이씨는 “예전엔 과자나 라면만 사러 편의점에 들렀었는데 요즘은 파는 게 너무 다양하다”며 “간장 같은 양념 외에도 인도 커리 등 새로운 걸 시도해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간 50~60대 시니어의 편의점 이용이 크게 늘었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 상품 데이터 분석기관 마켓링크의 편의점 4사(전국 1500개 점포) 대상 ‘2024 상반기 편의점 매출동향’을 분석한 결과 50, 60대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022년 상반기 대비 각각 18.3\%, 21.4\% 증가했다. 이는 30대(4.9\%)와 40대(4.8\%)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20대 매출액은 11.5\% 감소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연령별 매출 비중은 2030이 41.2\%, 5060이 34.5\%를 차지했다. 50대(23.0\%) 비중은 40대(24.3\%), 30대(23.2\%) 다음으로 높다.
고물가 속에 이씨와 같은 ‘편장족(편의점에서 장보는 사람)’이 늘고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 편의점에서 만난 김모(56)씨는 “외식을 하면 기본 1만5000원인데, 편의점 도시락이나 빵 가격은 부담이 훨씬 덜하다”고 했다. 그의 손엔 편의점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마켓링크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편의점 매출이 2년 전 동기간보다 3.6\% 성장하는 동안 식사대용식 매출액은 17.6\% 성장했다. 특히 라면(24.7\%), 국·탕·찌개류(23.4\%), 도시락·즉석밥류(21.6\%)의 증가율이 높았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는 가성비 상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GS25의 ‘천냥 콩나물’, 세븐일레븐의 ‘천원맥주’, CU의 ‘880원 육개장 컵라면’ 등 ‘초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이 트렌드에 맞춰 최근 CU는 990원 채소 9종을 선보였다. 대파, 마늘, 당근 등을 1~2인 가구가 요리하기 좋은 한 끼 중량으로 개별 포장해 내놨다. 이는 업계 평균가 대비 30\%가량 저렴하다.
편의점의 주요 소비층 비중은 2030에서 중장년층으로 꾸준히 이동하고 있다. 40대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양대(CU·GS25) 편의점 모두에서 연령대별 매출 비중 1위에 올랐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2030 손님 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중장년층이 늘었다”며 “과거와 달리 저렴하면서도 질이 보장된 먹거리와 생활필수품까지 파는 ‘만물상’같은 편의점이 중장년층을 사로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