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해변로에서 34년간 운영한 ‘게스후’가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 9월 30일 영업을 종료했다. 게스후가 있던 자리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오락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최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광안리해수욕장 해안가 상가 임대료가 월 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1991년 개장한 ‘해변 테라스 문화’ 원조인 레스토랑 ‘게스후’도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다. 급격한 임대료 상승이 계속되면 일반 자영업자는 버티지 못하고 공실이 늘어 방문객의 발길이 끊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해안가 중심부에서 34년 6개월 동안 영업을 해온 레스토랑 ‘게스후’가 지난 9월 30일 문을 닫았다. 매장 면적이 138평(455㎡)인 이곳은 테이블 65개, 좌석 260석으로 주로 스테이크나 피자, 파스타 등 서양식 음식을 판매했다.
게스후는 임대료 상승 탓에 문을 닫았다. 게스후 월 임대료는 2011년 1600만 원에서 2019년 2800만 원으로 올랐다.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에도 2950만 원으로 올랐다. 올해도 3275만 원 수준으로 올랐는데 건물주는 내년에는 5000만 원을 요구했다. 이 일대 평당 월세 기준으로 최고 수준이다. 임차인이 난색을 보이자, 결국 건물주는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건물주 측은 "임대료가 비싸다, 안 비싸다고 하는 것은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몇 년 전에 비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가 배 이상 올라 세금 상승에 따라 자연스럽게 임대료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게스후 대표는 “IMF 때도 게스후 앞에만 택시들이 있을 정도로 광안리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는데 음식을 팔아서 월 5000만 원은 절대 맞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게스후가 떠난 자리에는 전국에 지점을 둔 대형 오락실이 입점해 현재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고 있다.
광안리 임대료 상승은 게스후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광안리 해안가 상가 임대료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50~200\% 정도 올랐다고 본다. 해변을 접한 상가 임대료가 급상승하면서 내륙 상권 임대료도 덩달이 오르는 추세다. 광안리는 크게 대형 카페나 음식점, 호텔 등이 즐비한 ‘해안가 상권’과 도시철도 2호선 주변까지 이르는 ‘내륙 상권’으로 구분된다. 내륙 상권은 오래된 빌라나 주택 사이사이에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상점이 많아 젊은이들이 선호한다.
광안리는 식당, 빵집, 술집, 카페 등 상권 다양성을 이루고 있는 점이 최고 매력으로 꼽힌다. 국내외에서 젊은 층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광안리해수욕장 방문객은 538만 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20~30대가 66.7\%에 달했다.
일반 자영업자들이 떠나면서 벌써부터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조짐마저 보인다. 실제 광안리 해안가에는 대기업 프렌차이즈, 무인 가게 형태로 운영되는 셀프 사진관, 전국구 대형 오락실 등이 연이어 들어서고 있다.
수영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바닷가 일대는 많은 카페나 음식점, 술집 등 사람들이 머물 공간이 필요한데 임대료가 폭등하면 결국 무인 가게 등 개성 없는 상가가 많아져 장기적으로 광안리의 매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재산권이라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상권을 살린 임차인들의 노고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올리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상권이 죽은 사례가 많다”며 “임대인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지자체도 상생 발전을 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