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잘하나 보려고” 논에 불 지른 경북도의원
수정 2024-11-28 14:00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가 소방 출동을 점검하려고 일부러 불을 낸 뒤 119에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다.
28일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경북본부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18일 오후 3시40분쯤 상주시 화산동 한 논두렁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소방 펌프차 2대 등을 현장에 출동시켰고, 이 가운데 1대가 8분 만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지푸라기 등 잡풀이 타면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불은 이날 상주소방서 행정감사를 마친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핀 것이다. 화재 신고도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공무원이 했다. 경북소방본부의 출동 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느리기 때문에 출동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일부러 불을 낸 것이라고 한다. 의원들은 화재 진압하는 모습을 본 뒤 “신속하게 출동해서 진압을 잘했다”고 말하는 등 격려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는 정부가 정한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이다. 노조는 “도의원들의 갑질이고 권한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소방에서는 정기 훈련, 불시 출동 훈련까지 따로 하고 있다. 당시 다른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거짓 신고는 소방력 공백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진엽 건설소방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국에서 경북, 특히 상주가 출동 시간이 가장 느려 이를 점검하자는 차원이었다. 당시 바람이 없이 날씨가 좋았고, 소방용 일회용 스프레이도 준비해갔다. 도민들을 좀 더 안전하게 하려고 한 현장점검이었다”고 해명했다.
박순범 건설소방위원장은 28일 오전 열린 건설소방위원회 회의에 앞서 "불시 점검시 불편이 있었다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근무에 불편함이 없도록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