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어본 기억이 문뜩 떠올라 적어봅니다. 반말체는 양해부탁)
세이노라는 사람이 쓴 책 (제목도 기억안난다)
한 10년전쯤 회사의 관리부장이 권해서 읽어보았다.
내용은 젊은 20대 초중반들에게 인생에 대한 냉정한 충고를 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 읽었지만 생각나는 대목은 딱 한 곳.
'남들 눈에 보이는 학벌에 연연하지 말고 니 학력일 별볼일 없으면 공장다니면서 일배우고 돈모아라.
여자생각? 20대면 그 따위 생각 집어치우고 딸이나 쳐서 해결해라.
뜬구름잡는 이상이나 희망을 꿈꾸고, 현실의 어려움 핑계로 게을러 터지게 살면서 나이나 먹은 인간 쓰레기가 되지말라.....'
뭐 이런 맥락의 대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말인즉 맞는 얘기다.
이런 사람을
자신의 인생목표를 위해 고만고만하게 사는 남들 시선따위는 비웃어주고,
수단방법가리지 않고 앞으로 나가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확대해석해서 매도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가장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런 사람들은 젊은시절 이런 저런 이상이나 부심에 사로잡혀 좀 태만하고 게으르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속으로 벌레나 쓰레기 취급하면서 경멸하고 있을까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게을러 터진 인간들을 인생의 심판대에 세워 탱크나 불도저 바퀴에 깔려 갈려나가는 형을 받아도
'뭐 어쩌겠나 자기인생인걸'하고 자업자득이라고 비웃고 지나갈 사람이려나?
이런 사람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와 같은 말은 얼마나 역겹고 경멸스러운 말이려나?
물론 정반대로,
같잖은 이상이나 주의를 추구하고, 이핑계 저핑계로 자신의 태만을 합리하하고,
남들 시선이나 의식하며 허세만 찌든 실속없는 삶을 사는 사람도 비웃음의 대상이 될만하다.
그러나, 그 해악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노와 같은 인간형이 살짝만 변질이 일어나면
공부 잘하고, 독기품고 성실한 인간들의 전형적인 변질루트,
즉 우병우, 요즘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판검의 수준의 집단 지성으로 흉칙하게 나타는게 아닐까?
자기보다 못난 사람, 태만한 사람, 게으른 사람에 대한 극단의 경멸감과 증오심으로 가득찬 인간의 책.
그리고 이러한 류의 가치관은 꽤 많은 사람의 공감과 추종자를 이끌아내고 있다는 점이 섬뜩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그 가치관의 변질은 책의 저자 자신보다는 이 책의 수많은 독자들에 의해 더 큰폭으로 진의가 왜곡되고
변질이 일어날 것이다.
현실주의와 이상주의를 그럭저럭 섞어서 하루하루 살고 있는 대다수의 생활인 중 한명으로써
살면서 읽었던 책중 가장 혐오스러웠던 책으로 꼽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은밀하게 극한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꽤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가족이나, 직장동료, 혹은 이웃이라는 카테고리로 같이 있을 것이란
섬뜩한 생각 또한 책을 읽은 후 남은 개운치 않은 뒷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