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후 대한민국은 ‘권력 진공 상태’에 직면했다. 탄핵소추로 자리를 비운 ‘현재권력’ 윤석열과 이 자리를 메운 ‘시한부 권력’ 최상목, 그 자리를 노리는 여야 ‘미래권력’ 간 치열한 법리·정치 공방전이 전개되면서다. 이들 중 누가 2025년 대한민국 운전대를 잡을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분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유리했다. 계엄 역풍 여론을 등에 업은 이 대표가 명실상부한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가운데, 야권에선 그에 맞설 대항마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단정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해 들어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세가 ‘극우진영’을 넘어 ‘범보수진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면서다. 실제 시사저널이 2025년 설 연휴를 맞아 ‘특집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재명 대표가 다자 구도에서는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여권 후보와의 1대1 대결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민심이 감지됐다. 특히 강성 보수 성향의 ‘비주류 후보’로 평가받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텃밭 경기·인천에서도 김문수에 뒤져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월18~19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에게 조기 대선이 열린다는 전제로 ‘이재명 대표 대 김문수 장관 양자 대결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김 장관이 46.4\%의 지지율로 이 대표(41.8\%)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격차는 4.6\%포인트로 오차범위 내(±3.1\%포인트)다. ‘그 외’라고 답한 응답자는 5.7\%, ‘없다’ 4.9\%, ‘모름’ 1.2\%였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보수진영 대권후보가 이 대표의 지지율을 앞지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은 12·3 비상계엄 이후 처음이다.
김 장관은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광주·전라, 강원·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이 대표를 앞섰다. △서울: 이재명 40.4\%, 김문수 47.4\% △인천·경기: 이재명 41.4\%, 김문수 49.2\% △대전·세종·충청: 이재명 41.1\%, 김문수 46.3\% △광주·전라: 이재명 61.3\%, 김문수 25.9\% △대구·경북(TK): 이재명 40.5\%, 김문수 47.1\% △부산·울산·경남(PK): 이재명 31.4\%, 김문수 54.0\% △강원·제주: 이재명 48.0\%, 김문수 38.9\%를 각각 기록했다.
이 대표와 김 장관의 지지세는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20대(18~29세) 청년층과 40·50대 중장년층에서는 이 대표 지지율이 더 높게 조사된 반면, 30대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김 장관의 지지율이 더 높았다. △18~29세: 이재명 43.1\%, 김문수 40.9\% △30대: 이재명 34.5\%, 김문수 48.9\% △40대: 이재명 51.0\%, 김문수 36.1\% △50대: 이재명 51.3\%, 김문수 42.2\% △60대: 이재명 36.3\%, 김문수 54.6\% △70세 이상: 이재명 31.1\%, 김문수 57.4\%로 각각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지지율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남성: 이재명 42.4\%, 김문수 43.5\% △여성: 이재명 41.3\%, 김문수 49.2\%로 상대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 응답자에서 김 장관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다. 이념 성향별 조사에서는 △진보: 이재명 80.8\%, 김문수 12.9\% △중도: 이재명 45.9\%, 김문수 40.9\% △보수: 이재명 14.3\%, 김문수 74.9\%로 진영에 따라 지지 후보가 극단으로 갈리는 경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