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호떡 하나, 겨우 어묵 하나…별거 아니야.”
겨울철 길거리 음식 호떡과 어묵은 따뜻함을 상징한다. 따뜻한 음식을 따스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베푸는 할아버지가 있다.
20년째 겨울만 되면 길거리에서 호떡과 어묵을 판매하는 이병철(95)씨는 주말 춘천역 삼거리와 평일 번개시장 앞을 오가며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 이하 아이들에겐 호떡과 어묵을 무료로 나눠주며 ‘호떡 할아버지’라는 별명도 갖게 됐다.
이씨는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호떡 하나에 100원, 어묵 하나에 50원이었는데 20년간 장사하다보니 물가가 너무 올라 어느새 호떡과 어묵 하나 모두 1,000원을 받게 됐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 아이들이 먹어봤자 겨우 호떡 하나에 어묵 하나다”고 말했다. 이어 “추운 겨울 아이들이 옷을 겹겹이 껴입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괜히 가족 생각이 난다. 안쓰러워서 공짜로 하나씩 주던 것이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났다”고 덧붙였다.
‘호떡 할아버지’는 18년 전 아내의 지병으로 서울에서 공기 좋은 춘천으로 이사왔다. 서울살이 말미부터 시작한 호떡 장사 역시 현재까지 이어져와 햇수로 20년차 베테랑이 되었다.
군 전역 이후 한·중식당에서 일하며 주방장의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던 그에게도 아픔이 있다. 지난해 2월 평생을 함께해 온 아내의 임종을 지켜본 것이다. 평소 병원 생활을 이어오던 그의 아내는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쌓여오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빚을 져가면서까지 아내를 물심양면으로 간호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아내의 병원비로 충당했던 빚은 고스란히 그에게 남아 차가운 현실을 더욱 가혹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아픔에도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던 아내 생각이 나서 초등학생들을 더욱 챙긴다는 이씨는 “근처 초등학교 선생님들로부터 감사 인사와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며 오늘도 길거리 음식을 통해 세상에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이동수기자 messi@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