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호가 사령관이 된 이후, 정보사는 그야말로 사건사고로 범벅이 됐다. 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된 것까지는 좋았으나, 3기수 선배가 떡하니 본인 밑에 있고, 이 인물이 자기에게 따박따박 덤벼들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서로 고소고발까지 하게 되었다(이들의 충돌을 군 내 김용현 파와 신원식 파의 대립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출처 - (링크)
정보사 블랙 요원이 까발려지고, 정보사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조사 결과, 정보사 내 군무원이 중국 쪽에 포섭돼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정보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관련 기사 (링크)). 문상호는 사령관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건 사고가 터지고, 밑에서는 “네가 첩보를 알아?”라며 도발하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옷 벗는 건 확실하니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충성을 다하는 것이었다(물론, 그 전에 문상호가 정보사에 들어온 것 자체가 라인 탄 것이겠지만).
사실 문상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3기수 선배를 고소한 시점부터 이미 갈 데까지 간 상황이었다. 육사 47기는 현직 대장 기수다. 문상호는 대장 기수 선배와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선 말이 많았다.
“보통 부대에서 하극상만 나도 난리인데, 서로 고소고발? 미친 거 아냐?”
“다 떠나서 47기라고! 지금 선배들 눈에 저놈이 어떻게 보이겠어? 새파랗게 어린노무시키가 부대 관리도 못한 주제에 맞고소 때렸네?”
“저거 야전부대 돌다 온 놈이지? 청와대부터 노른자만 빨던 놈이...”
“저 새끼 오고 나서 정보사가 바람 잘 날이 없어!”
계엄 포고문 초안 작성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이때 노상원이 움직인다. 그와는 소령 시절에 대통령 경호실에서의 인연이 있었다. 그런 그가 친위쿠데타를 말한다.
2024년 11월, 하반기 군 장성 인사에서 문상호는 살아남았다. 임기 동안 큰 사건만 두 개나 터졌는데, 문상호는 살아남았다. 분명 노상원의 힘이든가, 용현파의 가호가 있었을 것(본질적으로는 둘이 같은 것이지만)으로 추측할 수 있다.
누가 봐도 11월 군 장성 인사에서 문상호는 날아가야 했다. 하지만, 문상호는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살아내야 했다. 블랙 요원이 유출, 하극상, 현직 대장기수 선배와의 고소고발까지. 이미 육사 동문회에는 소문이 돌았을 것이다. 그는 ‘커버’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의 믿을 구석은 청와대 시절에 같이 근무했고, 고향 선배(대전에서 정보사 전현직 사령관이 나왔다)인 노상원이었다.
12월 1일, 롯데리아 상록수점에서 문상호와 노상원은 햄버거를 앞에 놓고, 계엄을 준비했다. 더 이상 잃을 것 없던 문상호에게 남은 건, 도박 같은 모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