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와 나치 당원들은 '악마'에 대한 인류의 관념을 바꿔 놓았습니다. 그때까지 인류가 상상했던 어떤 악마도, 그들보다 사악하고 흉폭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악마성'을 깨닫지 못한 평범한 독일인들은, '악의 평범성'을 입증하는 연구자료가 됐습니다."
사학자 전우용 선생님께서 트위터(X)에 올린 글이다. 작금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희대의 인물과 겹치는 부분이 크다. 전 선생님께서 짧은 글로는 성에 안 차셨는지 페이스북에 더 구체적으로 쓰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많은 정신분석가가 히틀러를 '정신이상자'로 진단했습니다. 인류가 대재앙을 겪은 게 '미친놈' 한 명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보통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지는 면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히틀러의 '정신이상'은 부차적 문제였습니다. 본질적 문제는 그를 추종하는 것이 '애국'이며, 그에게 충성하지 않는 국민은 '반국가세력'이라고 믿은 수많은 '정상인'들에게 있었습니다.
'정상인'들이 '미친놈'에게 충성하는 나라가 다시 나오지 않게 하려면, 이 '단세포적 충성 문화'를 해체해야 한다는 게 인류의 합의였습니다. '종적 다양성'이 유지되어야 건강한 생태계이듯, 정치적 의견과 사상의 다양성이 유지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것이 현대의 '건강한 생각'입니다. '생각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체제가 민주주의입니다.
윤석열이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들 전부를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한 건 그의 생각이 '현대의 정상성'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심각하게 병들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자기가 '정상인'이라고 믿으면서 윤석열의 이 반문명적이고도 반인간적인 신념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자기가 정상이라고 믿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김건희와 윤석열의 정신'을 치유할 방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