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란 저는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제가 아직도 은연중에 하는 생활습관이나
행동거지를 돌이켜 보니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을
아직도 지키며 살고 있구나 하게 됩니다.좋은 가르침이
많았기에 초등 딸아이 또한 그러 했으면 좋겠다 생각
하지만 시절이 다르다 보니 쉽게 전해지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제 할아버지께서는 특히 인사 잘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셨는데요. 예를 들면 동네 어른 누구를 만나더라도
인사를 공손하게 할 것이며 하루 백 번을 만나도 백 번을
인사하고 집에 어른이 찾아오셨을 때는 인사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돌아가실 때는 꼭 사립문 바깥에까지
나가서 인사를 드려야 된다고 하셨습니다.그런 할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인사를 했더니 동네 사람들께 "글쎄 **댁
손주가 인사를 정말 잘하더라니깐" 이런 말들이 돌았습니다.
딱히 제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건 아니지만 살면서 인사와
관련해서 제가 세운 하나의 원칙이 있는데요. 그것은 '모든게
이것저것 같은 형편이라면 더 약하고 힘없고 돈을 덜 가지고
있고 권력과 거리가 더 먼 사람에게 그 반대편 사람보다는
적어도 1도라도 고개를 더 깊이 숙여라' 입니다.
오늘은 살면서 제가 가장 고개를 깊이 숙인 인사를 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며칠 전 공릉역 근처에서 지팡이를
짚으신 한 쪽 다리가 불편하신 여든 정도의 어르신께서
느릿하고 어색한 걸음으로 걸으시다 제 오토바이 옆에
멈추셨어요.옆면에 게시된 피켓을 보시다 조리된 음식을
받아 나오던 저를 보시고는 "젊은 사람이 참 멋있어요"
이러지 않으시겠어요.저는 받아 나온 음식을 든 채로
"아이구 정말 감사합니다.어르신"하며 고개를 거의 100도
정도 숙였네요.아니 자동으로 숙여지더라고요.저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선 채로 그 정도 숙이면 자동으로
무릎도 굽혀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