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이 11일 명태균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어떤 방식을 통해 여론조작을 했는지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앞서 굿모닝충청과 시민언론 민들레, 리포액트 등이 합작해 결성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국민의힘 대선 캠프 인사의 전언을 통해 안심번호 명부로도 여론조작이 가능했다는 것을 보도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11일 민주당 공보국은 총선 직전인 2020년 3월 초에 녹음된 '명태균여론조작수법'이란 파일명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녹취록은 같은 해 4월에 실시되는 총선에 출마할 예정자들 앞에서 명태균이 직접 여론조작을 시연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 명태균은 "그럼 그때 ARS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상대편 지지자가 누군지가 쫘악 뽑아져 나와요. 자, 그리고 OO 사무실에 가면 전화 콜센터 촤악(?) 해놨어요, 안 했어요 인제? 이번 주말에 하죠? 자 15, 16일날 딱 (ARS 조사) 땡겼어. 자, 그 다음에 진짜 돌아가는 날, 진짜 돌아가는 날 우리도 조사하면 안 되나? 에?"라고 했다.
즉, 미리 ARS 자동응답조사를 돌려 당원들의 지지 성향을 파악한 후 공식 조사 때 '방해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뒤이어 명태균은 "(우리가) 상대 지지자한테 전화하지? 그럼 글마는 (공식) 전화 받았다고 하겠지. 그 다음에, 자기 전화 받았다고 (착각하는데 공식) 전화 받(겠)나? 사실 인간은 불가능은 없어요. 그래 정식(으로) 전화하지 뭐"라며 방해조사 전화를 받은 상대 지지자가 공식조사에 응한 것으로 착각하게끔 유도하는 수법을 썼다고 밝혔다.
또 명태균은 "(나중에 문제가 될 경우) 그 왜 전화 합니까?(라고 물으면) '아니 우리가 뭐 우리가 뭐 여론조사 하는데 언론사에서 자체 조사 안됩니까? 아니 그 중앙(?), 그 당에서 그날 조사한 거 있어요? 우린 당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 조사한 거 모르는데? 아니 대한항공 비행기 뜬다고 아시아나 비행기 뜨면 안 되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만일 저 '방해조사'가 적발됐을 때를 대비해 알리바이를 세워두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중앙당에서 그 날 조사를 하는 줄 몰랐다고 잡아떼며 언론사에 의뢰를 맡겨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고 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언론사는 역시 명태균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시사경남 등의 언론사다.
계속해서 녹취록을 들어보면 "거기 같으면 △△△이 계속 전화하는 거지, 지지자한테. 그럼 글마는 전화 받았다고 막 올린다고, △△△이(지지자)는 마 와 밴드에 막 다 받았다 다 받았어 이래(올려). 비행기가 대한항공 타야 되는데 아시아나 탄 놈도 막, 우리한테 받은 놈도 막 다 올려. 와 했는데 개표해뿠는데 이 뭐꼬? 대한항공(에는) 반밖에 안 탔네"라며 공식조사를 대한항공, 방해조사를 아시아나 탑승으로 비유해 설명했다.
또 명태균은 "나는 결제 잘 해주면요 다 가르쳐줄 수 있어요. 세상에 안 되는 게 있다고? 아이고 씨~ 내 말 틀렸어? 그 컴퓨터 임대 다 하고 그 15자리를 해뿌라. 그래 임대 싹 해갖고 싹 세팅 해갖고 XX도 돌려보고"라며 캠프 콜센터 규모를 특정해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고 돈 거래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대금만 잘 치러주면 여론조작 수법을 다 가르쳐주겠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
이는 결국 안심번호 명부로도 얼마든지 여론조작이 가능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인천 부평갑)이 대선 경선 기간 중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명태균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경기 화성을)은 "노종면 의원님이 공개한 당원 명부를 보면 모든 전화번호가 0503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정해진 기간(경선종료시까지)만 유효한 번호다"고 했다.
또 이 의원은 ""이런 번호는 보통 안심번호라고 하고, 당원 경선시에 국민의힘 중앙당에서 경선후보자들에게 최종경선시에 제공한다"고 설명하며 "이름은 익명화되고 성별과 소속 당협은 유권자 맞춤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도록 공개해서 제공한다. 따라서 공개하신 명단은 문제가 없는 명단이고 당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측에 공히 제공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즉, 안심번호 명부라 문제가 없으며 여론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러나 굿모닝충청과 시민언론 민들레, 리포액트 등이 합작해 결성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지난 10월 31일 국민의힘 대선 캠프 인사의 전언을 통해 안심번호 명부로도 여론조작이 가능했다는 것을 보도한 바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ㄱ후보 캠프 참모이자, 경선 뒤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활동한 ㄴ씨는 워치독 팀과의 인터뷰에서 "당에서는 공정하다고 하지만, 명태균 같은 선수가 있다면 여론조사 조작을 할 수 있는 구조의 자료가 제공됐다"면서, 대선 경선 당시 국민의힘 자료로 어떻게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 수 있는지 시연했다.
ㄴ씨가 공개한 '0503'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 명단을 보니 김**, 이** 등으로 비실명처리된 이름과 함께 '남성, 서울, 종로구' 등 각 안심번호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고 그가 책임당원인지 전당대회 대의원인지 여부까지 자세하게 알 수 있도록 구분돼 있었다. 이 덕분에 해당 안심번호 주인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인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ㄴ씨는 "ㄱ후보 캠프의 경우, 제공된 자료를 토대로 57만 당원을 지역별로 나눈 뒤, 15초 분량의 지지 호소 사전 녹음 전화를 걸었다. 첫 마디에 'ㄱ후보입니다, 저를 선택해주세요'라는 식으로 보내면 1~2초 만에 끊는 사람, 5초 정도 듣고 끊는 사람, 5~10초 정도 듣는 사람, 15초 모두 듣는 사람 등으로 구분해 나눌 수 있게 된다"며 "지지 호소 전화를 의뢰한 업체를 통해 이 '로그 기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받은 기록에 ▲'15초 구간'은 우리 지지자 (A그룹) ▲'5~10초 구간'은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 (B그룹) ▲'5초 구간'은 관심은 있지만 투표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C그룹) ▲'1~2초 구간' 후보 반대자 (D그룹) 등으로 나누었다"면서 "막판엔 사람까지 써가면서 여론조사를 하는데, 여기에 특정 후보에 부정적인 D그룹을 빼고 A, B나 C 그룹의 사람들만으로 여론조사를 돌리면 (수치를) 올릴 수 있다"며 안심번호 명단의 맹점을 짚었다.
ㄴ씨는 실제 명단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경선에서 (명단을 활용하도록) 20일을 주는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면서 "받은 명부에 비록 당원 이름은 없지만 시·군·구까지 표시돼 있다. 우리 후보와 가까운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이름이 적시된 당원 명부를 받는데, 이걸 가지고 앞서 진행한 지지 호소 전화의 로그 기록 분석 작업과 매칭하면 20일 내에 누구인지까지 특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명태균 녹취록 속에서 명태균이 시연한 여론조작 수법도 워치독 팀이 밝혀낸 수법과 거의 비슷하게 미리 ARS 여론조사를 실시해 당원들의 지지 성향을 알아내 유리한 표본을 선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지율을 높이는 방법을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방해조사'를 실시했다는 것 뿐이다.
따라서 대선 기간 동안 명태균 일당의 조직적인 여론조작 행태가 있었던 것은 물론이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앞서 내놓은 해명 모두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작이 사실로 드러났으니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을 넘어 당선무효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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