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발표...한국 민주주의 28위→47위 대폭락
국제기구인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는 지난 7일 발표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한국을 민주화에서 독재화(autocratization)로 전환 중인 국가 중 한 곳으로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LDI)가 0.60, 등위는 179개국 중 47위로 기록돼 있다. 이 같은 성적은 1년 전 LDI 0.73 전체 순위 28위와 비교하면 무려 19단계가 급락한 수치다.
LDI는 각 국가의 선거민주주의, 삼권분립과 시민자유, 표현의 자유, 평등 등 관련 지수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산출한다. 0~1까지로 1로 갈수록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또한 보고서는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전환 중인 국가로 그리스, 폴란드, 홍콩, 인도 등과 함께 한국을 꼽았다. 특히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민주화 진전이 끝난 후 5년 이내에 독재화가 다시 진행된 케이스로 언급했다.
한국은 불과 2년 만에 일본(30위), 대만(31위)보다도 한참 뒤떨어진 참담한 민주주주의 지수를 기록하게 됐다.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 '한국 독재화 물결 가속화' 경고
보고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부패 스캔들 이후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하며 LDI를 높였으나 다음 대통령인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를 다시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성평등에 대한 공격, 전임 정권 및 야당을 향한 강압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여기서 ‘성평등에 대한 공격’은 윤 정부에서 추진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이 2023년 말 현재 여전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통령의 노력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설명했다.
언론 자유 위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언론의 대(對) 정부 비판이 위축된 나라 20개국 중 한 곳으로 지목하며 “한국과 그리스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는 일이 비단 가혹한 독재국가만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과 인도 같이 인구가 많거나 영향력이 있는 글로벌 강대국이 독재화하는 것은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독재화 물결을 더욱 가속할 수 있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 최상위 그룹 중 독재화 국가로 분류된 곳은 한국뿐
한편 이번 조사 결과 지난해 179개국 중 91개 국가가 민주주의, 88개 국가가 독재정치 진영으로 분류됐다. 민주주의 진영 인구는 29\%(약 23억 명)에 불과했고, 독재(권위주의) 진영은 71\%(약 57억 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48\% 늘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 범주에서 벗어났다. 보고서는 “2023년 말 현재 일반 사람들이 경험하는 민주주의가 (냉전시대 말기인) 1985년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LDI 순위에서 1위는 덴마크(23년 0.88, 22년 0.89)로 전년과 순위 변동이 없었고 스웨덴이 0.85로 2위를 차지했다. 독일은 11위, 프랑스 12위, 미국 20위, 일본 30위, 대만 31위 등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북한은 각각 172위, 178위에 올랐다.
한국처럼 독재화 유형에 속하는 국가로는 홍콩, 폴란드, 헝가리 등을 언급했는데 자유민주주의 최상위 그룹(32개국) 중 독재화 국가로 분류된 곳은 한국뿐이다.
독재화 국가는 2003년 11곳에서 2023년 42곳으로 20년 새 4배 가까이 늘어 민주주의의 후퇴가 세계적인 현상임을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 때 일본을 뛰어넘어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지수 아시아 1위를 기록했던 한국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급격히 퇴행하고 있음을 세계기구의 연례보고서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