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하이노베이션센터 준공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
"시민 사랑할 공간 마련하자"
父 이종하 선생 과거 기부한
체육관 재건립에 330억 쾌척
한국 최초 美 IBM 입사자로
국내에 컴퓨터 도입한 주역
7일 울산 종하이노베이션센터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성 전 국무총리, 이홍구 전 총리, 이상현 KCC오토그룹 부회장(이주용 회장 아들), 최기주 여사(이주용 회장 부인),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 김두겸 울산시장. 서대현 기자
"할아버지께서는 늘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 유지를 받들어 가치 있는 일에 대를 이어 기부한 것을 보니 후손으로서 뿌듯합니다."
7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동 종하이노베이션센터. 몇 년 전만 해도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낡은 종하체육관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89)의 대를 이은 통 큰 기부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이 위용을 드러냈다. 이날 센터 준공식에서 이 회장의 아들인 이상현 KCC오토그룹 부회장은 고령인 이 회장을 대신해 "아버지가 울산시민이 100년 이상 사랑할 수 있는 시설을 건립해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돼 기뻐하셨다"며 "낡은 체육관이 재건립을 통해 젊은 인재의 창업·교육·체육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종하이노베이션센터는 울산 첫 실내체육관인 종하체육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지었다. 1977년 9월 문을 연 종하체육관은 관람석 1200석 규모로 울산의 재력가 이종하 씨가 당시 1억3100만원(현재 가치 250억원)이라는 거금을 건립비로 내놓으면서 지어졌다. 이종하 씨는 이 회장의 아버지이자 이 부회장의 할아버지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산업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1935년 울산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1953년 경기고, 1958년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67년 '국내 1호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국전자계산소(KCC정보통신의 전신)를 설립했다. 1960년 미국 IBM사에 한국인 최초로 입사했고, 우리나라에 최초로 컴퓨터(파콤222)를 들여와 '한국 IT 산업의 문익점'으로 불린다. 1976년에는 주민등록번호 보안 체계를 개발해 일본보다 앞서 주민등록 전산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준공식에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총리는 이 회장과 고종사촌 관계다. 이 회장은 이종하 씨의 양자로, 친아버지는 초대 농림부 차관을 지낸 강정택이다. 이 전 총리는 강 전 차관의 여동생인 강금복 여사 아들이다.
이날 김두겸 울산시장은 "기부의 뜻을 잘 받들어 종하이노베이션센터를 미래 세대가 공부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40년 넘은 종하체육관이 노후화되자 다목적 공간으로 재건립을 추진했다. 이 회장은 선친의 뜻을 받들어 기꺼이 건립 비용 330억원을 내놓았다. 울산시는 사업비가 확보됨에 따라 2020년 3월 창업·문화·교육·체육 복합시설인 종하이노베이션센터를 착공했다. 센터는 이 회장이 기부한 330억원, 시비 192억원, 국비 10억원 등 총 532억원이 투입돼 지하 1층~지상 6층, 총면적 1만9905㎡ 규모로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