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내 개관한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은 지난해 김건희 여사와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의 만남에 맞춰서 건립 계획이 급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공간의 국유재산 사용 승인을 받기도 전에 대통령실이 '교육관 예정지'라는 계획부터 발표했고, 예산도 엉뚱한 곳에서 끌어온 정황이 확인되면서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환경부는 지난해 7월 6일 국방부에 용산어린이정원 내 국유재산(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날은 김 여사와 구달 박사의 만남 바로 전날이다. 공문 취지는 미군 장군 관사였던 건물을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으로 조성하겠으니 사용을 허가해달라는 내용이다. 어린이정원은 주한미군이 기지로 사용한 부지를 일부 반환받아 조성한 공원으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마련됐다.
다음 날인 7일 김 여사와 구달 박사는 어린이정원에서 만났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와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구달 박사가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 예정지에서 산사나무 기념식수를 한 뒤 '개 식용 문화 종식' 등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사용승인이 나기도 전에 '교육관 예정지'라고 밝힌 것이다. 실제 국방부 사용승인은 일주일 뒤인 14일 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대통령실 브리핑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달 박사님의 뜻을 알리기 위해서 이곳에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생태 교육공간을 조성하려 한다"고 구달 박사에게 소개했다.
이용우 의원실에서 환경부 담당 부서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사업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그해 6월 말이다. 이병화 당시 대통령비서실 기후환경비서관(현 환경부 차관)과 환경부 담당 국장이 구달 박사 방한과 관련해 김 여사와의 기념식수 행사, 식수 행사 장소 내 기념 사업 등에 대해 처음 논의했다고 한다. 또 담당 부서 실무진은 "과에서는 대통령실 브리핑을 보고 사업 진행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담당 부처 내 사전계획 없이 김 여사와 구달 박사의 만남을 위해 급하게 사업이 추진된 정황인 셈이다.